미국 대학 입시에서 오랫동안 지원자의 개성과 대학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로 활용되어 온 Supplemental Essay, 즉 대학별 추가 에세이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 2026–27 대학 지원 시즌을 앞두고 Tulane University, University of North Carolina at Chapel Hill, University of Georgia, Washington University in St. Louis 등 여러 대학이 기존에 요구하던 추가 에세이를 없애거나 그 수를 줄였다. 대학들은 학생들의 지원 부담을 줄이고 더 많은 학생이 쉽게 지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변화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최근 급속히 확산된 생성형 AI도 대학 입학 에세이의 역할에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렇다면 Supplemental Essay는 정말 사라지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앞으로 대학에 지원하는 학생들에게 유리한 것일까, 아니면 오히려 경쟁을 더욱 치열하게 만드는 것일까?
University of North Carolina at Chapel Hill은 2026–27 지원 시즌부터 기존의 두 개 short-answer supplemental questions를 모두 없앴다. UNC는 공식 입학 안내에서 학생들이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일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이러한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다만 모든 에세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UNC 지원자는 여전히 Common Application의 공통 에세이를 제출해야 한다. University of Georgia도 Fall 2027 신입생 지원자부터 기존의 대학 자체 supplemental essay를 없애고 Common Application의 personal essay만 요구하기로 했다. 전년도에는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넘어가는 시기에 자신에게 큰 영향을 준 책에 대해 쓰는 200~300단어의 추가 에세이가 있었지만, 새로운 지원 시즌에는 이 질문이 사라진다. Tulane University 역시 2026–27 지원 시즌에 오랫동안 사용해 온 “Why Tulane?” 에세이를 중단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Tulane은 AI를 통해 지나치게 다듬어진 답변과 학생 자신의 목소리를 구별하기가 점점 어려워졌다는 점도 이러한 결정의 배경 가운데 하나로 설명했다. Washington University in St. Louis, 흔히 WashU라고 불리는 대학도 기존의 선택형 에세이 하나를 없앴다. 다만 지원 전공에 대한 관심을 묻는 다른 supplemental essay는 유지했다.
이러한 사례들이 모든 미국 대학이 Supplemental Essay를 없애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여전히 많은 대학, 특히 경쟁률이 높은 대학들은 학교와 학생의 적합성, 지적 호기심, 개인적 경험과 가치관 등을 평가하기 위해 대학별 에세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적어도 일부 대학에서 추가 에세이의 수와 역할을 재검토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대학들이 Supplemental Essay를 줄이는 가장 큰 이유 가운데 하나는 학생들의 부담이다. 상위권 대학을 여러 곳 지원하는 학생들은 Common App personal essay 외에도 대학별로 서로 다른 수많은 추가 에세이를 작성해야 한다. Wall Street Journal이 소개한 한 고등학생은 대학 지원 과정에서 29개의 supplemental essays를 작성했고, 장학금과 honors program 지원 에세이까지 포함하면 그보다 훨씬 많은 글을 써야 했다. 대학들은 이러한 과도한 부담이 학생들의 스트레스를 높이고, 특정 대학에 지원하는 것 자체를 포기하게 만들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대학들이 지원 절차를 간단하게 만들 경우 또 다른 변화가 발생할 수 있다. 학생들이 한 대학에 지원하기 위해 별도의 에세이를 작성할 필요가 없어지면 더 많은 대학에 손쉽게 지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Texas Christian University는 두 개의 supplemental essays를 없앤 이후 지원자가 약 14% 증가했다고 Wall Street Journal은 보도했다. 지원자 수가 늘어나지만 대학이 선발하는 신입생 수가 크게 변하지 않는다면 결과적으로 합격률은 낮아지고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수 있다. 따라서 학생 입장에서 “에세이가 줄었으니 대학 지원이 쉬워졌다”고 단순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지원서를 작성하는 부담은 줄어들 수 있지만, 동시에 더 많은 학생이 같은 대학에 지원하면서 경쟁이 더욱 높아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ChatGPT를 비롯한 생성형 AI의 확산은 대학 입학 에세이의 역할에도 중요한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과거에는 에세이를 통해 학생의 글쓰기 능력뿐 아니라 사고방식, 개인적인 목소리, 가치관과 경험을 파악할 수 있었다. 그러나 AI가 문장을 작성하고 표현을 세련되게 다듬고 심지어 전체 에세이의 초안을 만들어 줄 수 있게 되면서 대학들은 제출된 글이 실제로 어느 정도까지 학생 자신의 생각과 표현인지를 판단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WashU는 공식 입학 FAQ에서 ChatGPT나 Claude 같은 AI가 학생 대신 에세이를 작성하는 경우 글이 더 일반적이고 비개인적으로 변해 지원자의 고유한 특성을 보여주지 못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WashU는 대학 조사, 대학 리스트 작성, 에세이 주제 브레인스토밍에는 AI를 윤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안내하지만, AI에게 에세이를 직접 작성하게 하는 것은 허용할 수 없는 사용 방식으로 명시하고 있다. Tulane의 경우도 AI가 과도하게 다듬은 “Why Tulane?” 답변과 학생 본인이 직접 쓴 글을 구별하는 것이 어려워졌다는 점을 에세이 변화의 이유 중 하나로 들었다고 보도됐다.
2026년에 공개된 한 연구도 이러한 변화를 보여준다. 연구진은 2020년부터 2024년까지 한 selective university에 제출된 81,663건의 대학 지원서를 분석했으며, 생성형 AI 확산 이후 지원 에세이의 표면적인 언어 특성이 서로 비슷해지는 현상을 관찰했다. 다만 이 연구는 AI 탐지 추정치를 사용한 관찰 연구이므로 AI 사용 자체가 직접적으로 불합격을 초래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AI가 대학 에세이를 완전히 무의미하게 만들었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많은 대학은 여전히 에세이가 학생의 개성과 대학과의 적합성을 이해하는 중요한 수단이라고 보고 있다. 다만 AI 시대에는 완벽하게 다듬어진 문장보다 실제 학생의 경험과 생각이 담긴 구체적이고 개인적인 글이 더욱 중요해질 수 있다.
학생 입장에서는 대학별 추가 에세이가 줄어들면 분명한 장점이 있다. 대학마다 여러 개의 에세이를 작성해야 하는 시간과 부담이 줄어들고, 특히 여러 대학에 지원하는 학생들에게는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에세이가 줄어드는 것이 모든 학생에게 반드시 유리한 것은 아니다. GPA나 시험 점수만으로는 충분히 드러나지 않는 특별한 경험이나 개인적 성장, 리더십, 가족 배경, 어려움을 극복한 과정 등을 가진 학생에게 Supplemental Essay는 자신의 이야기를 보여줄 수 있는 중요한 기회였다. 추가 에세이가 사라지면 이러한 학생들은 자신의 개성을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이 줄어들 수도 있다. 또한 에세이가 줄어들수록 대학은 성적표, 수강 과목의 난이도, extracurricular activities, 추천서, Common App personal essay, 그리고 대학에 따라 SAT 또는 ACT 점수 등 지원서의 다른 요소를 더욱 중요하게 평가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 나타나는 변화를 “대학 입시에서 에세이가 사라지고 있다”고 단정하기에는 이르다. 실제로 많은 대학은 여전히 supplemental essays를 중요한 입학 심사 자료로 활용하고 있으며, Common App personal essay 역시 계속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분명한 변화도 있다. 일부 대학은 학생의 부담을 줄이고 더 많은 지원자에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추가 에세이를 없애고 있으며, 생성형 AI의 확산으로 인해 대학들은 에세이가 지원자 본인의 진정한 목소리를 얼마나 정확하게 보여줄 수 있는지 다시 고민하고 있다. 학생과 학부모가 기억해야 할 핵심은 에세이의 개수가 줄었다고 해서 입시 준비의 중요성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에세이가 적어질수록 성적표, 수강 과목, 활동, 추천서, 시험 점수, 그리고 남아 있는 personal essay가 서로 연결되어 한 학생의 관심과 성장 과정을 설득력 있게 보여주는 것이 더욱 중요해질 수 있다. AI 시대의 대학 입시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지원서는 가장 완벽한 문장으로 가득한 지원서가 아닐 수도 있다. 학생 자신의 실제 경험과 생각, 선택과 성장 과정이 구체적이고 진정성 있게 드러나는 지원서가 여전히 가장 강력한 지원서가 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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